방랑의 길

ebook

By 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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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범일지(白凡逸志)(1948) '국사원' 판본옥에서는 나왔으나 어디로 갈 바를 몰랐다. 늦은 봄 밤 안개가 자욱한데다가 인천은 연전 서울 구경을 왔을 때에 한번 지났을 뿐이라, 길이 생소하여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었다. 나는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캄캄한 밤에 물결소리를 더듬어서 모래사장을 헤매다가 훤히 동이 틀 때에 보니 기껏 달아난다는 것이 감리서(監理署) 바로 뒤 용동 마루터기에 와 있었다. 잠시 숨을 돌리고 휘휘 둘러보노라니 수십 보 밖에 어떤 순검 한 명이 칼 소리를 제그럭제그럭 하고 내가 있는 데로 달려오고 있었다. 나는 길가 어떤 가겟집 함실아궁이를 덮은 널빤지 밑에 몸을 숨겼다. 순검의 흔들리는 환도(還刀)집이 바로 코끝을 스칠 듯이 지나갔다.

방랑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