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

ebook

By 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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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손수현, 뮤지션 신승은두 여성 창작자의 밥상 일기혼자가 힘들면 같이는 어떤가요?손을 내밀어 주는 두 여성의 비건 일기독자적인 필모그래피를 구축하고 있는 배우 손수현과 개성 강한 표현력을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 신승은. 두 여성 창작자의 비거니즘 에세이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가 열린책들에서 출간되었다. 두 사람은 다세대 주택의 위아래 층에 모여 살면서 자주 밥을 나누어 먹는 친구 사이다. 30대 여성, 영화감독, 프리랜서, 그리고 비건이라는 공통분모를 지녔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밀어 준 <보이지 않는 손> 덕분에 단계적 채식을 거쳐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다시금 손을 내미는 마음으로 이 책을 쓰게 되었다. 애초의 계획은 일상적이고 친근한 비건 음식을 소개하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비건으로 먹고 사는 일에 대한 고찰은 여성이자 인간 동물, 프리랜서 창작자로 살아가는 일로 넓어지고 깊어졌다. 단계적 채식을 시작으로 비건을 지향하기까지 6년에 걸친 두 사람의 삶과 고민이 번갈아 쓴 일기가 되어 한 권의 책에 담겼다. 1부인 A side는 <먹는 일>에 집중한다. 어떻게 하면 비건으로서 잘 먹고 살 수 있을지를 보여 준다. 봄나물, 두부구이, 김밥, 감자볶음, 잡채, 수제비, 겉절이 등의 비건 음식을 통해 코로나 이후 얼어붙은 봄을 맞는 일, 세 고양이와 함께하는 고소한 일상, 맹맹한 싱어송라이터로 살아가는 동력, 개성 강한 친구들 이야기가 맛깔나게 펼쳐진다. <채식을 시작해 보려는데 뭘 먹어야 하나요?>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 줄 <레시피 다이어리>도 책을 읽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것이다.2부인 B side는 <사는 일>이다. 비거니즘이 먹고 입고 바르는 일을 넘어서서 삶의 방식이자 철학으로 자리 잡는 과정을 보여 준다. 갑자기 생겨난 고양이 알레르기로 어쩔 수 없이 채식을 시작하게 된 사연, 오랜 정체기를 거쳐 비건 지향으로 나아간 계기, 공연한 다음 날 해촉 증명서를 쓰면서 삶과 정치의 동반적 관계를 확인하는 일, 공황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일상, 비건 메뉴가 부재하는 촬영 현장과 동물 학대를 방관하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구체적인 경험담으로 그려진다. 두 사람이 직접 맞닥뜨린 문제에서 길어 올린 생생한 체험기는 <비건을 지향하면 어떤 점이 좋나요?>라는 질문에 일상의 눈높이로 답변해 준다. 그러면서 일단 <나를 위해서> 시작해 보라고, 완벽하지 않아도 <계속하면 된다>고 손을 내밀어 준다.주체적인 연기 노동자,손수현이 전하는 <믿음의 가치>손수현은 고양이 알레르기가 생긴 뒤 궁여지책으로 채식을 시작했다. 그는 순전히 이기심으로 시작했다 하더라도 먹을 것이 바뀌니 생각이 바뀌고, 삶의 모습이 바뀌고, 결국 인생의 지향점이 바뀌더라고 말한다. 동물이 생명임을 감각하자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달라진 세계 안에서 동물권과 페미니즘으로 이어지는 가치의 연결 고리를 획득해 낸다. <나는 어느 날 느닷없이 생겨 버린 알레르기 때문에 채식을 시작했다. 그런 계기가 없었다면 장담컨대 그 무엇도 의심하지 못하며 살았을 것이다. 내가 비거니즘을 지향하게 되는 과정은 페미니즘을 알게 되는 과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확장되었다.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들이 비건을 지향하고 난 후 점점 보이고 들리게 되었다. 무심히 지나치던 것들을 의심할 수 있게 되었고, 뿌옇던 시야가 또렷해졌다.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면 안 되는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정리되어 갔다. 그러면서 연결 고리가 생겨났다.>_손수현, 「목숨값」, 149면손수현은 촬영 현장에서 만나는 밥차와 도시락, 회식과 송년회의 경험담으로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한다. 단백질 신화와 서울 중심의 인프라 속에서 개인에게만 전가되는 <가치를 지키는 일>이 비건을 언제까지나 <비건 지향> 상태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아닐까. 이 단단한 문제 제기는 그간 인권 문제,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온 그의 행보를 반영한다. 동물을 먹지 않는다고 하면 <상추는 안 불쌍하냐>는 식의 비약으로 튀어 버리는 현실에서 개인이 비건 지향을 지켜 나가는 일의 어려움을 드러내며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것이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네가 도시락을 싸서 다니세요. 아무리 생각해도 허무맹랑한 소리다. 주로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나도 매끼 밥해 먹기 귀찮고 힘든데, 새벽에 나가서 저녁에 들어오는 직장인이 어떻게 매일 도시락을 싸겠는가. 각자의 선택을 스스로 책임지라는 말일 텐데, 그런 말들은 아주 치사하기 짝이 없다. 본인은 잘 짜인 시스템 안에서 충분한 선택을 누리며 살고 있음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스스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것은 결과이지, 결코 불합리한 과정은 아닐 것이다.>_손수현, 「오늘 뭐 먹지?」, 135면이처럼 사회적 인식 개선과 시스템 마련을 촉구하는 그의 목소리에서 오랜 고찰을 읽어 낼 수 있다. 더 공부하고 실천하고 싶은 4년 차 비건 손수현의 글은 <채식을 시작해 볼까?> 하는 독자들에게 일단 해보면 바뀔 수 있다는 <믿음>을 전달할 것이다.진심을 담아내는 포크 싱어송라이터,신승은의 <계속하는 힘>신승은은 동물권 단체 <카라>에서 일하며 학대당하는 동물들의 실태를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페스코 베저테리언(생선과 우유, 달걀 허용)으로 지내다가 자신이 고기 대신 생선을 많이 먹는 사람이 되어 있더라는 깨달음 뒤에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다. 그는 단계적 채식에서 비건으로 넘어가기까지 오랜 정체기를 거쳤다. 그리고 그 과정을 솔직하게 드러냄으로써 공감을 넘어 용기의 영역으로 나아간다. 그 진심의 목소리는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도 편견이나 혐오와 똑바로 마주하는 그의 노랫말과 닮았다.<나름대로 채식을 실천하고 있었지만 정말 나름이었다. 동물권에 대해 공부했던 기억은 점점 옅어졌다. 내가 왜 이것을 하는지 잊은 사람처럼 그냥 행위만 하고 있었다. 페스코를 지향하는 삶은 육류를 지양하는 삶이 아니라 어패류를 많이 섭취하는 삶으로 변질되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니 점점 내가 종차별주의자라는 찝찝함이 차올랐다. 어패류는 나와 많이 다르게 생겨서? 소젖과 닭 알 역시 착취의 산물이지만 죽인 건 아니니까? 스스로에게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하자 나 자신이 비겁하고 약아빠진 인간으로 여겨졌다.>_신승은, 「하나, 후, 둘, 후, 셋, 후, 넷, 후」, 128면그에게 비거니즘은 단지 먹는 것을 넘어서서 공황 장애와 더불어 살아가는 일, 사회적 약자와 연대하는 일, 게으른 언어의 혐오를 털어 내는 일로 확장되었다. 입안에서 춤추는 후추의 맛을 알게 해주었고, 죽이는 것보다 사양하는 법을 익히게 해주었으며, 무엇보다 구원이 아닌 연대에 이르는 길을 내주었다. 구어체로 툭툭 던지는 듯한 신승은의 문장은 솔직하고 친근하게 벽을 허문다. 여러 번 넘어지고 헤매면서 쌓아 온 신념과 <비건 페미니스트 콩쥐>로 살고 싶은 바람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그의 글에서 독자들은 <계속>할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이 과정들이 뿌듯함을 가져다줄 때도 있지만 무력함을 가져다줄 때도 많다. 특히 장을 보러 가서 비닐에 싸여 있는 야채들을 볼 때 그렇다. 혼자서는 무리다. 그러니까 나자빠지기 전에 다 짊어지려고 하지 말아야 하는데, 나보다 더 많은 것을 실천하며 사는 사람들을 볼 때면 존경심과 함께 나도 다리를 쫙 찢어 지금은 턱도 없는 요가 자세를 해보고 싶은 것이다.요가 선생님이 항상 해주는 말이 있다. 호흡하면서 하라고. 하나, 후, 둘, 후, 셋, 후, 넷, 후....... 그래, 숨 쉬면서 오래 계속할 것이다. 〈잘못 살아왔다〉는 사실에 나자빠지고 싶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밥을 먹다가 생각이 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