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자리, 詩人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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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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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철 시인이 선후배 시인, 평론가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책. 우리 시대 시의 자리는 어디에 있으며, 시인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이 담겨 있다.8. 출판사 서평 우리 시대 시의 자리는 어디에 있으며, 시인은 어떤 길을 가야 하는가?지역에서 전업시인으로 사는 일에 대해, 뜨거운 80년대를 거친 시인의 삶에 대한 질문 에대한 최영철 시인의 진솔한 대답이 담겨 있다.————————-김혜영 : 최 시인은 부산이라는 지역에 거주하는, 소위 지방 시인으로서의 자부심과 그 이면의 갈등이나 어려움에 대해서도 잘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의 특성상 정치, 경제, 문화 모든 면에서 너무나 서울 중심주의로 치닫는 것 같아요. 그래서 지방의 문인들이 피해를 볼 때가 많지요.예를 들어 시집 출판의 어려움이나 문학 잡지에 글을 실을 때의 어려움 등, 상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극복할 수 있었던 비법을 후배 시인들에게 알려주시면 좋겠어요. 최 시인은 시 쓰는 것을 업으로 살아가시잖아요. 심지어 저에게도 권하시잖아요. 詩로서 살아가라니!?최영철 : 부산을 지방으로, 또 불편한 곳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습니다. 제가 선택해서 살게 된 곳은 아니지만 아주 어릴 때부터 여기서 살았고 저의 대부분의 기억이 내장된 곳이어서 부산을 떠나서는 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직장 때문에 한 2년 가까이 서울서 살았는데 남아 있는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지금도 가끔 서울 갈 일이 있으면 너무 낯설고 어지러워요. 부산이라는 지역, 저는 지방이라는 말을 안 씁니다, 에 살아서 부당한 대우를 받거나 서울 살기 때문에(문예지 편집장을 하기도 했지만) 과분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습니다. 서울은 더 소외된 시인이 많고 도태되기도 쉬울 뿐더러 자신의 문학관을 지키기에도 힘든 곳입니다. 몇몇에 의해 움직일 뿐이지요. 거기에 비해 부산은 한 분 한 분의 시인이 다 가능성이고 기회는 똑같이 열려 있으며 주류의 논리와 외풍의 영향을 덜 받습니다.———————————최영철 : 우리 시의 좌표를 그리려면 80년대 시를 되돌아봐야겠지요. 80년대는 힘은 들었지만 그 어려움 때문에 오히려 더 열정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도 활발했지만 비평이 가장 활발했던 때입니다. 그전까지는 현장비평이 없었잖습니까. 80년대는 시의 시대라고들 하지만 사실은 비평의 시대이기도 했습니다. 90년대 이후로 현장비평이 침체된 것이 우리 시의 전반적인 침체하고도 맥이 통한다고 생각합니다.남송우 : 80년대 시를 중심으로 해서 사실 문학이 문화를 주도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중에서도 시가 80년대 상황을 잘 반영하지요. 비평가로서 볼 때 이야깃거리가 굉장히 많았던 시절이었고요. 시의 활발함이 비평 쪽도 이끌어 서로 상승시켰습니다.최영철 : 작가나 비평가나 그런 시대의 사회적 자세 또는 공동체적 믿음을 빨리 포기하고 내면화했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문학하는 사람들이 현실을 너무 빨리 포기해버리고 그냥 제도권 안으로 투항해버린 것 아닌가. 그런 식으로 문학의 균형이 깨졌다는 생각입니다. 시 쪽에서 그 당시 치열했던 선배나 동료 시인들이 대중적인 시인으로 '투항'해 급속도로 변질되거나 일부는 절필하는 상황으로 갔습니다. 균형이 깨진 거지요.———————————최영철 시인은 소시민의 삶과 일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시어는 단순하지만 정갈하며 세상에 대한 비의와 해학, 삼라만상에 대한 시선이 일관적으로 따뜻하다.————————————-최영철 시인의 시 쓰기는 사회의 객관적 현실에 대한 성찰과 비판을 담아내는 작업과 소시민적인 일상생활에 대한 반성을 담아내는 작업을 동시에 밀고 나갑니다. 『그림자 호수』라는 시집에서도 시인은 「매향리」로 상징되는 6.25전쟁의 비극과 '구제역 돼지'로 표현되는 농촌 생활의 어려움을 사회의 객관적 현실로 담아내는가 하면 「손」이라는 작품에서는 단돈 몇백 원이나 몇천 원밖에 없는 호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다닐 때의 여유로운 마음보다 이제는 "호주머니에 종이돈이 두둑하고/ 알 수 없는 비밀들이 먼저 들어가 진을 쳐버려" "오갈 데 없어진 손이 제 집을 찾지 못해/ 저렇게 허적허적 바깥만" 헤매는 삶의 방황과 허전함을 반성하고 있으며, 「거미」라는 작품에서는 '거미줄'이라는 일상에 갇혀버리면서 "이 세상의 많은 집들을 잃어버"린, 그리고 "집으로 가지 않는 모든 길들을 잃어버"린 소시민의 현실에 안주하는, 타성의 노예가 되어버린 삶을 반성하고 있습니다.————————————작품에 담을 만한 삶의 내용을 찾아내는 일에도 열심을 보이지만 그 내용을 언어로 잘 다듬어 표현하는 일에도 성의를 게을리하는 법이 없습니다. 특히 두 번째 사항이야말로 최영철 시인의 시 세계를 세상에서 주목하게 만들고 오늘 이 자리에 초대하게 만든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입니다. 최영철 시인의 시들이 사회의 객관적인 현실이나 사사로운 일상생활에서 시의 내용으로 삼을 만한 것들을 찾아내는 데 중요한 원동력으로 작용하는 것은 힘겨운 삶을 살아가지만 선량한 이웃들에 대하여 시종일관 견지하려는 따뜻한 시선인 것입니다.

詩의 자리, 詩人의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