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시민주의 전통

ebook

By 마사 C. 누스바움

cover image of 세계시민주의 전통

Sign up to save your library

With an OverDrive account, you can save your favorite libraries for at-a-glance information about availability. Find out more about OverDrive accounts.

   Not today
Libby_app_icon.svg

Find this title in Libby, the library reading app by OverDrive.

app-store-button-en.svg play-store-badge-en.svg
LibbyDevices.png

Search for a digital library with this title

Title found at these libraries:

Loading...

포스트-코로나, 우리가 만들어나가야 할 새로운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2019년 12월경 중국에서 처음 발생했을 때만 해도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렇게까지 전 세계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적 대유행병(pandemic)이 될 것으로 확신하는 사람은 없었다. 이 책을 국내에 소개하기로 한 것은 동남아나 연변 지역에서 입국한 이주 노동자에 대한 차별 등 오랜 세월에 걸쳐 일상화된 문제들에 대해서, 혹은 시리아 난민 수용 여부를 두고 인터넷 공간에서 벌어진 토론과 그 토론에 섞여 있던 온갖 혐오 발언에서 드러나는 딱히 세계시민주의적이지 않은 인식에 대해서 이 책이 전해줄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화두는 '세계화'나 '국제화'처럼 너무 흔하고 낡게 느껴지는 흐름 속에서 분명 유의미하고 중요한 것이지만, 어찌 보면 일상보다는 공론장에서 더 익숙한 화제이기도 했다.

그러나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얼마나 깊이 연결되어 있는지를 그 누구도 외면할 수 없는 방식으로 드러냈다. 이제 우리 대부분은, 적어도 이 기세등등한 유행병에 관해서만큼은 나 자신이 좋든 싫든 한 지역 혹은 국가에 속한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세계의 인류, 더 나아가 인류를 둘러싼 자연계까지 포괄하는 더 큰 세계에 단단히 얽혀 그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명백히 인지하고 있다.

물론 국내에서도 중국인들에 대한 인종차별적 혐오가 눈에 띄고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그런 혐오가 한국인을 포함한 아시아계 사람들 전체에 대한 차별과 공격으로 이어진 사례가 연일 보도되는 등 이런 연결성을 억지로 부인하거나 끊어내려는 헛된 시도는 분명히 존재한다. 코로나 대유행이 그간의 세계화 추세를 뒤집고 각국의 폐쇄적?배타적 민족주의 정책을 부추기리라는 어두운 전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새로 출현하는, 우리가 새로 만들어나가야 할 공동체는 어떤 모습일까? 이 책 『세계시민주의 전통』은 바로 그런 고민에 유의미한 발판이 되어줄 수 있을 것이다.

'고귀하지만 결함 있는' 세계시민주의에 대한 누스바움의 비전

이 책은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주의 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하여 17세기의 휴고 그로티우스, 18세기의 애덤 스미스, 현대의 국제 인권운동에 이르기까지 세계시민주의의 철학적 전통을 좇는다. 더 나아가 누스바움은 그 안에 담긴 '고귀하지만 결함 있는' 긴장관계를 정면으로 다룬다. 이 전통은 고귀한 것으로서, 도덕적 성격은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온전하고 전적으로 아름다운 것이며 우리에게 이기주의와 파벌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와 한층 높은 차원의 세계에 참여하라고 요청한다. 반면 '결함 있는' 세계시민주의 전통은 '정의의 의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물질적 원조의 의무를 간과한다. 물질적 불평등에는 충분한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 것이다. 또한 이민이나 시민권의 조건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종교적 다원주의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으며, 인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존중하고 포용하지 못한다.

기존 세계시민주의의 가장 심각한 잘못은 다른 종과 자연 환경에 대해 우리가 지고 있는 도덕적·정치적 의무를 숙고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이처럼 누스바움은 '세계시민주의 전통'에서 존경받아 마땅한 요소들을 계승하는 동시에 이 '결함'과 대결하며 전통을 넘어서는 방식을 보인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과 인간의 생명으로 이루어진 세계 전체에 대해 폭넓게, 포용적으로 사고하라는 세계시민주의 전통의 요청에 귀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함께 지구에서 살아가는 비인간 동물과 자연계의 도덕적 권리를 인정하는 문제까지 인식해야 한다. 누스바움은 이런 문제에 대해 '역량 접근(Capabilities Approach)'이라는 자신만의 관점을 적용하여, 억압당하며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우리 세계의 구성원들에게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어줄 것이다.

세계시민주의 전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