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화/담론연구 사례: 언어평가사회학 분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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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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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담화'는 언어학 연구자로부터 선호되는 용어이며 개별적이거나 자의적인 경험을 의미화시킨 언어사용의 구체적인 사례로 정의되곤 한다. 그에 반해 사회학, 정치학, 언론학, 정책학, 문화연구, 인류학, 여성학 등의 인문사회 영역의 다수 연구자는 일종의 사회적 실천방식으로 작동되는 보다 집합적이고 추상적인 의미로 '담론'이란 용어를 선택한다. 영어로는 둘 다 'discourse'에 해당되는 두 용어를 굳이 구분할 필요는 사실 없다. 담화 혹은 담론의 탐구는 서로 다른 지식전통과 연구자의 필요로부터 출발한 것 뿐이다.

나는 언어학 배경으로부터 연구자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대화, 인터뷰, 스토리 등과 같은 담화 단위에서 미시적 형태/구조 분석을 하곤 했다. 그런 중에 화용적이고 기능적인 담화/담론 속성을 주목하기도 했는데 결국 특정한 텍스트를 선택하고 반복적으로 배치하면서 일관적인 입장(지배적인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이해관계)을 (무)의식적으로 반영하는 사회적 실천/관행으로서의 담화/담론을 본격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담화/담론은 사회 안에서 생성되고, 유통되고, 소비되는 말과 글의 연결체이고 집합체로 이해될 수 있다. 텍스트로 축적되어 있지만 텍스트들이 서로 묶인 콘텍스트로부터 구조화되어 있다.

감성적인 슬로건이든, 논리적인 장르든, 이념화된 관행이든, 체계화된 말과 글의 묶음을 분석하는 것이 쉽진 않다. 어떤 연구자는 이데올로기의 개입에만 주목한다. 텍스트 배치의 미시적 속성만 보는 연구자도 있다. 누구는 텍스트의 형식자질에 주목하지만 누구는 텍스트의 내용만 분석한다. 형식자질을 보는 연구자 중에서도 어휘와 통사구조만 분석하기도 하고 혹은 스타일과 장르를 분석하기도 한다.

이 책의 모든 챕터는 내가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참여한 다양한 담화/담론 연구문헌 중에 구성주의와 변증법적 인식론으로부터 언어-사회의 상호작용적 관계를 비판적-담론적 관점으로 다룬 것을 다시 편집한 것이다. 챕터 원고는 여러 학술지에 모두 게재한 초벌 원고인 셈인데 학술지에 실린 최종 원고와 내용이 동일하진 않지만 해당 분야의 독자가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체적인 구성을 유연하게 조정했다. 학술지 원고로 실을 때 심사위원으로부터 가감된 내용으로부터 못내 아쉬운 부분이 있었기에 초벌 원고를 두고 다시 작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와 중앙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로 담화와 담론, 대화와 서사를 늘 가르쳤다. 다양한 연구주제를 다뤘고, 다양한 형태와 구조, 기능과 층위의 담화/담론을 탐구했다. 이 책의 원고는 담화/담론연구 중에서도 내가 한동안 전념한 연구 분야, '언어평가사회학'에서 실행된 연구결과물이기도 하다. 담론을 언어와 사회, 미시와 거시, 텍스트와 콘텍스트의 상호작용을 매개하는 역할로 보면서 언어교육, 언어평가, 언어정책이 집행되는 현장에서 담론의 행위성, 정치성, 역사성, 구조적 층위를 능동적인 텍스트의 실천(practice)과 사회구조의 관행(practice)으로 바라본 연구문헌이다.

담화/담론을 미시-거시, 텍스트-콘텍스트, 언어-사회의 상호작용적이고 변증법적인 방향성으로 접근한 연구문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개 편형적인 논점만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보다 균형적인 담화/담론연구의 논점을 이 책으로부터 관련 연구자들이 학습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공부하고 연구논점을 탐구하고 함께 글을 만들곤 했던 제자이자 동료였던 이 책의 챕터 저자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지금은 모두 흩어졌지만 내겐 연구자로 성장하고 고민할 수 있었던 지적 원천이고 동기의 출발점이었다. 그들을 가르치고 격려하고 연구자의 삶을 놓고 함께 고민했던 그곳에서 나는 이 책을 다시 편집하고 세상에 내보낸다. 인문사회 학술연구자의 삶이 계속 위축되는 시대이다. 동료애를 나누고 학술적 역량을 뽐내는 학술공동체가 그립다. 그러나 국내 상황은 점차 열악해지는 듯하다. 그렇지만 기득권을 갖고 있는 나는 깐죽댈 수만 없다. 비관적일 것도 없고 낙관적일 것도 없다. 할 수 있는 만큼 해보는 것일 뿐이다. 최선을 다해 편집한 텍스트를 세상에 화살처럼 던져 보낸다.

담화/담론연구 사례: 언어평가사회학 분야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