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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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점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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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중력을 벗어나 병(病)에서 삶을 경작하는 시

1997년 《문학과사회》로 등단하여 두 번째 시집(『메롱메롱 은주』)을 낸 지 꼬박 10년 만에 김점용 시인이 세 번째 시집『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걷는사람)를 출간했다.

"세계의 이면을 파고드는 치열한 질문"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은 '아스트로싸이토마'라는 다소 낯선 이름의 병을 앓으면서도 삶에 대한 치열한 탐구를, 시의 환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김점용 시인은 병을 진단받고 난 뒤에도 "내 머릿속에 박힌 무수한 죽음의 별들이/날아가는 내 몸의 균형을 잡아 준다"고 진술하고, "모든 별들이 살아 있는 죽음을 나르는 칠성판/영원히 사는 인생이 어딨어/내 머릿속의 별들도 조용히 제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게/혼자서 스스로의 장례를 치르며 두 팔을 활짝 벌리네"(「스위스행 비행기」)라며 자신을 찾아온 죽음을 껴안는다.

꼬박 3년, 병마와 싸우는 가운데서도 시인의 상상력은 더 넓어지고 사람과 사물을 향한 눈은 여전히 섬세하다. 시인은 아픈 몸으로 누웠으면서도 죽음과 무(無)에 대한 깊은 사유를 통해 "존엄사가 인정되는 삶과 죽음의 중립국"인 "스위스행 비행기"(「스위스행 비행기」)에 오르고, "너의 대답도 아무 대책도 없는 곳에서/나 혼자 남아/먼 사랑을 하였네"라고 고백하면서도 그 기다림을 원망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나는/좀 더 북쪽으로 가야 할 것 같네"라고 스스로를 이끌며, 그 "모든 일이 기적이었"(「의정부북부역」)다고 삶의 찬란함을 노래한다.

이러한 김점용의 시세계를 시인 이영광은 "잘 못 보고, 잘 못 듣고, 잘 걷지 못하는 몸. 그러나 다른 곳을 보고, 다른 것을 들으며, 어딘가로 가는 시의 몸이 여기 있다."고 표현하며, "타는 피의 광기로 존재와 세계에 뚫린 구멍에 맞서"는 김점용의 시적 미학을 기린다.

나 혼자 남아 먼 사랑을 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