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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날' 떨어져버린 황량하고 적막한 시공간 속에서의 시
시인의 세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이전의 시집들에서 보았던 농경문화의 아른거리는 혹은 퇴적되어 버린 시어들을 탐사하던 시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 가득 차 있다. 시인 특유의 이미지를 적재하고 묘사로 압축하는 면모들이 이제는 도시적인 것들과 정면대결 속에서 단련되는 이미지들을 다룬다. 여전히 타자에 대한 넘치는 사랑이 시어들 속에 숨어있지만 시인은 시대의 상실의 아픔을 온몸으로 받으며 줄곧 고통스러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삶의 고통을 들춰내는 순간, 우리는 덜 고통스럽고 덜 비겁해지는 화자가 된다.
'서정적인 것'이 '사회적인 것'과 어디에서 어떻게 어디까지 만나야 하는지를 이야기하게 될 때, 우리는 이 시집을 거론하게 될 것이다. 그 어느 곳에나, 어느 날에 위치하고 있을 비인간적인 도시의 유산이 시인의 눈에 '폐허'다. 하지만 이 폐허를 지켜보는 일을 시인이 게을리 하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얼굴에 어둠을 묻힌 채' '뒷걸음질'로만 앞을 갈 수 있는 맹인 시인은 무엇을 바라보는 것일까. 결국 "아무 날의 도시" 속에서 시인은 '견딤'의 에너지로 '희망'과 '사랑'을 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이 시집 속에서 많은 독자들이 그 메시지 혹은 그 이상의 것들을 건져 올릴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