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7 강릉추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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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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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추월전>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에서 정선한 <택민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을 대본으로 하였다. <강릉추월전>은 다양한 이본이 존재하며 현재 알려진 것만도 50여 종에 이른다. 표제도 <강능츄월젼>, <강능츄월>, <강능츄월옥소전>, <옥소전> 등 여러 가지로 기록되어 있다.

<강릉추월전>은 천상의 인연으로 가연佳緣을 맺은 두 남녀가 해적을 만나 헤어지고, 천신만고 끝에 얻은 아들을 해적에게 빼앗겼으나, 그 아들이 자라 자신의 근본을 알아낸 뒤 헤어진 가족과 상봉하는 이야기이다. 가족의 상봉 과정에 천상 선관에게서 받은 '강릉추월'이라는 옥퉁소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강릉추월전>이라고 하였다.

<강릉추월전>은 군담소설이면서도 가족의 헤어짐과 만남을 주요한 소재로 삼고 있다. <강릉추월전>에는 아버지와 아들의 헤어짐과 만남, 부부의 이별과 만남, 할아버지와 손자의 만남, 사위와 장인의 만남, 외손자와 외조부의 만남 등 실로 다양한 만남과 헤어짐이 존재한다. 이춘백 가족은 점진적 해체의 과정을 거쳐 점진적 결합에 이르게 된다. 그 결과 완전한 가족 관계를 회복하게 되고 최초의 완전한 가족 관계보다는 보다 결속력 있는 관계로 발전한다.

작품 속에서 만남이 문제가 된 것은 독자들의 삶에서 느끼는 만남의 의미가 그만큼 절실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 전란의 경험은 가족의 이합에 대한 다양한 인식을 남겼을 것으로 생각된다. 또 조선후기 농민의 유리遊離와 피폐상은 또 다른 의미에서 헤어짐과 만남의 절실함을 당대인들에게 제공한다. 토지를 잃고 유리걸식하며 정착할 수 없는 삶 속에서 많은 가족은 이합집산의 아픔을 겪었을 것이다. 또 그들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이라 하더라도 간접적으로 그들의 아픔은 충분히 내 것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처럼 현실적 헤어짐과 만남의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운명의 힘에 좌절하면서도 가족간 만남의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경험, 영원히 만나지 못한 쓰라린 경험, 우여곡절 끝에 회우會遇한 경험들은 다양하게 형상화되었다. <강릉추월전>의 만남은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정면에서 다루고 있었으며, 결국은 만남을 이루어냄으로써 독자들에게 쾌감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가족의 해체와 개인주의의 만연이 사회 문제가 된 요즘, <강릉추월전>이 보여주는 가족중심의 삶은 하나의 지남指南이 될 수 있다. 필사본 고소설이 그저 낡은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오늘날에도 가치 있는 문화적 유산이 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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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문화 시대'라 한다. 문화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고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문화 시대'라는 말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문화 시대'에서 빈번히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이란 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산업 형태를 가리키는데, 문화가 산업 형태를 지니는 이상 문화는 상품으로서 생산‧판매‧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화 산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문화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훌륭함이 증명된 고전 작품을 돌아봄으로써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고전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대중에게 내놓을 때, 과거의 문화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돋움한다.

이제 고소설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 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소설은 당대에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반드시 담는 법이니, 고소설이라고 해서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고소설을 스토리텔링,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생산자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소설의 대부분은 필사본 형태로 전한다. 한지韓紙에 필사자가 개성 있는 독특한 흘림체 붓글씨로 썼기 때문에 필사본이라 한다. 필사본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필사본 고소설 대부분이 붓으로 흘려 쓴 글자인데다 띄어쓰기가 없고,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으며, 보존과 관리 부실로 인해 온전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진 옛말은 물론이고, 필사자 거주지역의 방언이 뒤섞여 있고, 고사성어나 경전 용어와 고도의 소양이 담긴 한자어가 고어체로 적혀 있어서, 전공자조차도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전적 가치가 있는 고소설을 엄선하고 유능한 집필진을 꾸려 고소설 번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헌신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서 40년 동안 강의하면서 고소설을 수집해 왔다. 고소설이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어디든지 찾아가서 발품을 팔았고, 마침내 474종(복사본 포함)의 고소설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고소설로서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에는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과 희귀본도 있다. 필자 소장 474종을 연구원들이 검토하여 100종을 선택하였으니, 이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라 이름한 것이다.

고소설은 그 주제가 대체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관념적이고 도식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그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거의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이라 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나 우연에 의하여 전개되거나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쓸모가 없고 그 가치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시금 반복하여 음미해보면, 이들 작품은 우리의 사상과 감정의 원천이며, 우리 민족의 본질적인 면을 가득히 가진 가장 한국적인 가치 있는 보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 옛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던 여러 사물이나 생각에 대한 용어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으며, 이는 문장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필사본 고소설은 우리가 문화민족이었다는 증거이며 한민족문화의 보고寶庫로서 우리 조상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우리 고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음미해 주기 바란다.

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7 강릉추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