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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옥설
<서옥설鼠獄說>의 대본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 중에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서 선정한 것이다. <서옥설鼠獄說>은 세로 29cm, 가로 19cm의 한지에 총 65면, 각면 10행, 각행 평균 20자로 구성되어 있으며, 작품의 핵심인 공사供辭(신문訊問에 대한 진술)는 쌍행으로 작은 글자로 쓰여져 있다. 정자체로 쓰여진 중편 분량의 한문소설이다. <서옥설>의 이본으로는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 규강각 소장본, 동양문고 소장본, 임형택 소장본, 김광순 소장본 등이 있다. 글자의 출입이 다소 있기는 하지만 내용은 거의 대동소이하다.
일찍이 김태준은 <조선소설사>에서 <서옥설>의 작자로 임제林悌를 거명했지만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아직까지 <서옥설>의 작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작자는 미상이다. 작품의 내용과 표현기법 등으로 보아 창작시기는 대체로 17세기 이후로 추정된다.
<서옥설>은 송사소설訟事小說이면서 우화소설寓話小說이다. 옥사獄事를 재판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면 송사소설이라 할 수 있고 여러 군물群物들을 등장시켜 시사적인 메시지를 드러낸 점에서는 우화소설이라 할 수 있다. 그러니까, 군물들의 송사를 통해 인간 세상의 부조리를 고발한 송사형 우화소설인 셈이다. <서옥설>은 나라의 창고인 태창太倉에 들어가 곡식을 훔쳐먹은 늙은 쥐[대서大鼠]를 재판하는 과정을 다룬 작품으로 신문에 진술한 공사供辭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우화소설은 우의寓意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동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다. 늙은 쥐는 쥐라는 동물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유형으로 환치시킬 수 있다. 무고를 일삼는 인간, 간교함으로 무장한 인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 모든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인간 등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역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조선후기 가렴주구苛斂誅求를 일삼던 탐관오리貪官汚吏도 여기에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서옥설>은 이런 부당한 인간들에 대한 풍자와 비판을 담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2. 명배신전
<명배신전明陪臣傳>의 대본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 중에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서 선정한 것이다. <명배신전明陪臣傳>은 총 107면, 각면 10행, 각행 20자로 구성되어 있는 중편 분량의 한문소설이다. <명배신전明陪臣傳>의 작자는 황경원黃景源(1709~1787)이다. 그는 예학禮學에 정통하고 고문古文에 뛰어났으며, 단아한 문체를 즐겨 구사하였다. <명배신전>의 창작시기는 1741~1749년, 그의 나이 33세에서 41세 사이에 저술한 것으로 추정된다. 저자는 <명배신전>을 저술하는 과정에서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의견을 구하는 등 심혈을 기울였다고 한다. 이 작품은 당시 여러 이본들이 존재할 만큼 널리 읽혀지기도 하였다. 특히, 정조는 <명배신전>이 사기史記와 한서漢書의 격법格法을 얻었다고 칭송하였다.
<명배신전>은 명나라에 대한 절의를 지킨 조선인의 행적을 기록한 전기傳記이다. 객관적 사실만 다룬 게 아니고 문학적 상상력이 가미되어 있어 전기소설이라 할 수 있다. 명배신明陪臣은 춘추의리春秋義理를 지킨 절신節臣을 말한다. 이때의 춘추의리는 존명배청尊明排淸이다.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지키며 오랑캐인 청나라를 배척한 것이다.
<명배신전>은 병자호란 때 청에 끌려가 죽임을 당한 삼학사-홍익한洪翼漢, 윤집尹集, 오달제吳達濟의 전기로부터 시작된다. 척화斥和가 이들 죽음의 직접적인 이유이다. 척화론斥和論은 결국 춘추의리와 맞닿아 있다. <명배신전>에는 춘추의리를 실천하는데 삶을 바친 조선 지식인의 형상이 선명하게 부각되어 있다. 그들은 척화의 논리를 치밀하게 설파하기도 하고, 청에 대한 분노를 격정적으로 토로하기도 하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뜻을 숨기기도 하였다. 행동의 양태는 차이가 있었지만 그들이 추구하는 공동선은 언제나 춘추의리와 존명척화에 모아져 있었다. 그들의 신념은 워낙 강력한 것이라 타협의 여지가 없었다. 어떤 외압이나 회유에도 흔들리지 않은 신념을 그들은 여지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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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문화 시대'라 한다. 문화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고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문화 시대'라는 말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문화 시대'에서 빈번히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이란 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산업 형태를 가리키는데, 문화가 산업 형태를 지니는 이상 문화는 상품으로서 생산‧판매‧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화 산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문화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훌륭함이 증명된 고전 작품을 돌아봄으로써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고전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대중에게 내놓을 때, 과거의 문화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돋움한다.
이제 고소설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 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소설은 당대에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반드시 담는 법이니, 고소설이라고 해서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고소설을 스토리텔링,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생산자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소설의 대부분은 필사본 형태로 전한다. 한지韓紙에 필사자가 개성 있는 독특한 흘림체 붓글씨로 썼기 때문에 필사본이라 한다. 필사본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필사본 고소설 대부분이 붓으로 흘려 쓴 글자인데다 띄어쓰기가 없고,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으며, 보존과 관리 부실로 인해 온전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진 옛말은 물론이고, 필사자 거주지역의 방언이 뒤섞여 있고, 고사성어나 경전 용어와 고도의 소양이 담긴 한자어가 고어체로 적혀 있어서, 전공자조차도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전적 가치가 있는 고소설을 엄선하고 유능한 집필진을 꾸려 고소설 번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헌신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서 40년 동안 강의하면서 고소설을 수집해 왔다. 고소설이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어디든지 찾아가서 발품을 팔았고, 마침내 474종(복사본 포함)의 고소설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고소설로서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에는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과 희귀본도 있다. 필자 소장 474종을 연구원들이 검토하여 100종을 선택하였으니, 이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라 이름한 것이다.
고소설은 그 주제가 대체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관념적이고 도식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그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거의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이라 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나 우연에 의하여 전개되거나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쓸모가 없고 그 가치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시금 반복하여 음미해보면, 이들 작품은 우리의 사상과 감정의 원천이며, 우리 민족의 본질적인 면을 가득히 가진 가장 한국적인 가치 있는 보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 옛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던 여러 사물이나 생각에 대한 용어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