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2 왕낭전, 황월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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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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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왕낭전

<왕낭전>은 작자와 창작연대를 알 수 없는 희귀본 고소설이다. <왕경룡전>, <옥단전>, <왕어사경룡전>, <왕어사전>, <용함옥>, <청루지열녀> 등과는 이본의 관계에 있다.

지금까지 학계에 <왕낭전>이란 이름의 고소설은 소개되지 않았고 연구도 전혀 없었다. 그래서 작품의 제목만 보면 <왕낭전>이 새로운 고소설인 것으로 오인할 수 있다. 하지만 내용과 구조를 살펴보면 <왕낭전>과 같은 내용과 구조의 작품이 이미 소개되고 연구가 되었다. <왕경룡전>이 바로 그것이다.

박일용은 그의 저서 <조선시대의 애정소설>에서 <왕경룡전>은 기녀가 신분적 질곡桎梏을 넘어 양반과 대등한 입장에서 결연하는 형식을 취하는 조선시대의 애정소설 계열 중 가장 오랜 것으로 17세기 초반에 이미 나타났으며, 중국소설 <옥당춘락난봉부>을 번안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왕낭전>과 같은 내용과 구조의 <왕경룡전>은 이미 소개되고 연구되었다. 하지만 <왕낭전>이란 제목의 고소설에 대한 소개와 연구는 전혀 없다. <왕낭전>에 대한 소개와 연구도 동시에 진행되어야 조선사회에 널리 애독되었을 애정소설로서의 <왕경룡전>의 가치를 보다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다.

2. 황월선전

<황월선전>은 소재나 서사구조를 보았을 때 <장화홍련전>과 비슷한 성격을 가진 계모형 가정소설로 분류되는 고소설이다. 이 소설 역시 일반적인 계모형 가정소설이 가지는 구조, 즉 주인공의 탄생과 어머니의 죽음, 계모의 영입, 전실자식들이 계모의 학대로 시련을 겪다 추방됨, 시련극복, 복귀라는 전형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그러나 <장화홍련전>으로 대표되는 전기 계모형 가정소설과 구분되는 분명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는 후기 계모형 가정소설로 분류가 되고 있다.

현재 20여 종의 필사본과 신흥서림에서 발간한 활자본이 존재하지만, 이본들이 남아 있는 정도에 비해 독자적인 작품연구는 거의 없다. 단지 계모형 가정소설에 대한 연구가 <장화홍련전> 중심의 연구경향을 벗어난 이후, 비교 대상으로 종종 언급되어 왔다. 이렇게 <황월선전>에 대한 독자적인 연구가 없는 까닭은, <황월선전>이 너무나 많이 존재하는 계모형 가정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작자와 창작시기를 알 수 있는 기왕의 유명한 작품을 다시 깊이 있게 연구하고 널리 전파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겠지만,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여 학계에 소개하고 일반에게 널리 읽도록 하는 과업 또한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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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문화 시대'라 한다. 문화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고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문화 시대'라는 말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문화 시대'에서 빈번히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이란 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산업 형태를 가리키는데, 문화가 산업 형태를 지니는 이상 문화는 상품으로서 생산‧판매‧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화 산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문화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훌륭함이 증명된 고전 작품을 돌아봄으로써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고전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대중에게 내놓을 때, 과거의 문화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돋움한다.

이제 고소설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 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소설은 당대에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반드시 담는 법이니, 고소설이라고 해서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고소설을 스토리텔링,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생산자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소설의 대부분은 필사본 형태로 전한다. 한지韓紙에 필사자가 개성 있는 독특한 흘림체 붓글씨로 썼기 때문에 필사본이라 한다. 필사본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필사본 고소설 대부분이 붓으로 흘려 쓴 글자인데다 띄어쓰기가 없고,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으며, 보존과 관리 부실로 인해 온전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진 옛말은 물론이고, 필사자 거주지역의 방언이 뒤섞여 있고, 고사성어나 경전 용어와 고도의 소양이 담긴 한자어가 고어체로 적혀 있어서, 전공자조차도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전적 가치가 있는 고소설을 엄선하고 유능한 집필진을 꾸려 고소설 번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헌신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서 40년 동안 강의하면서 고소설을 수집해 왔다. 고소설이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어디든지 찾아가서 발품을 팔았고, 마침내 474종(복사본 포함)의 고소설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고소설로서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에는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과 희귀본도 있다. 필자 소장 474종을 연구원들이 검토하여 100종을 선택하였으니, 이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라 이름한 것이다.

고소설은 그 주제가 대체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관념적이고 도식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그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거의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이라 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나 우연에 의하여 전개되거나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쓸모가 없고 그 가치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시금 반복하여 음미해보면, 이들 작품은 우리의 사상과 감정의 원천이며, 우리 민족의 본질적인 면을 가득히 가진 가장 한국적인 가치 있는 보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 옛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던 여러 사물이나 생각에 대한 용어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으며, 이는 문장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필사본 고소설은 우리가 문화민족이었다는 증거이며 한민족문화의 보고寶庫로서 우리 조상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우리 고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음미해 주기 바란다.

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2 왕낭전, 황월선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