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1 진성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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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광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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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운전>은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474종(복사본 포함)에서 정선한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에서 선정하였다. 창작 연대, 작자 미상의 필사본 고소설로서 표제는 <진셩운젼이라>라고 하였고, 가로 23cm, 세로 32cm 크기로 총 143쪽이며, 각 면 12행, 각 행 평균 24자로서 한지에다 사람이 일일이 모필毛筆로 쓴 흘림체 한글 필사본 고소설이다. <진성운전>의 이본 중에는 국립 중앙도서관 소장본을 비롯하여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중에도 이본異本이 있으며, 제명題名이 다른 <진장군전>도 있는 점을 미루어 보면 창작 당시는 큰 인기를 누렸던 작품이라 생각된다.

<진성운전>의 내용은 주인공인 진성운의 영웅적 일대기이다. 특히 국난이 일어나자 전쟁에 참여하여 크게 활약하는 내용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므로, 넓게는 영웅소설이면서 군담소설의 유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진성운전>의 서사원리는 탈脫보수의 근대성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천명을 약화시킴으로써 화이관華夷觀 또한 자연히 탈피하였고, 이로써 천天의 절대적인 초월적인 질서가 지상을 움직인다는 운명론적 인식과 화華만을 질서의 중심에 두는 중세적 세계 인식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 동시에 <진성운전>은 군담계 남성 영웅과 병행시켜 여성 영웅의 일대기를 구성하고, 여성 영웅의 서술 비중 및 주위 여성 조역들의 역량과 비중 또한 확대시킴으로써 군담계 여성 영웅소설과는 또 다른 방향에서 여성의 능력을 긍정하는 근대 지향적 성격을 보이고 있다. 이런 시도는 관념화된 이상적 중국이라는 천편일률적인 배경을 탈피한 현실적인 영웅소설과 여성소설, 근대적 주인공의 이미지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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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문화 시대'라 한다. 문화와 관련된 정보와 지식이 고부가가치를 지니기 때문에 '문화 시대'라는 말을 과장이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문화 시대'에서 빈번히 들을 수 있는 용어가 '문화산업'이다. 문화산업이란 문화 생산물이나 서비스를 상품으로 만드는 산업 형태를 가리키는데, 문화가 산업 형태를 지니는 이상 문화는 상품으로서 생산‧판매‧유통 과정을 밟게 된다. 경제가 발전하고 삶의 질에 관심을 가질수록 문화 산업화는 가속도가 붙을 것이다. 문화가 상품의 생산 과정을 밟기 위해서는 참신한 재료가 공급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없었던 것을 만들어낼 수도 있으나,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오랜 세월에 걸쳐 그 훌륭함이 증명된 고전 작품을 돌아봄으로써 내실부터 다져야 한다. 고전적 가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하여 대중에게 내놓을 때, 과거의 문화는 살아 있는 문화로 발돋움한다.

이제 고소설에서 그러한 가치를 발굴함으로써 문화 산업화 대열에 합류하고자 한다. 소설은 당대에 창작되고 유통되던 시대의 가치관과 사고 체계를 반드시 담는 법이니, 고소설이라고 해서 그 예외일 수는 없다. 고소설을 스토리텔링,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새로운 문화 상품으로 재생산하기 위해서는, 문화생산자들이 쉽게 접하고 이해할 수 있게끔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소설의 대부분은 필사본 형태로 전한다. 한지韓紙에 필사자가 개성 있는 독특한 흘림체 붓글씨로 썼기 때문에 필사본이라 한다. 필사본 고소설을 현대어로 번역하는 작업은 쉽지가 않다. 필사본 고소설 대부분이 붓으로 흘려 쓴 글자인데다 띄어쓰기가 없고, 오자誤字와 탈자脫字가 많으며, 보존과 관리 부실로 인해 온전하게 전승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미 사라진 옛말은 물론이고, 필사자 거주지역의 방언이 뒤섞여 있고, 고사성어나 경전 용어와 고도의 소양이 담긴 한자어가 고어체로 적혀 있어서, 전공자조차도 난감할 때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고전적 가치가 있는 고소설을 엄선하고 유능한 집필진을 꾸려 고소설 번역 사업에 적극적으로 헌신하고자 한다.

필자는 대학 강단에서 40년 동안 강의하면서 고소설을 수집해 왔다. 고소설이 있는 곳이라면 주저하지 않고 어디든지 찾아가서 발품을 팔았고, 마침내 474종(복사본 포함)의 고소설을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본인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중에는 고소설로서 문학적 수준이 높은 작품이 다수 포함되어 있고 이들 중에는 학계에도 알려지지 않은 유일본과 희귀본도 있다. 필자 소장 474종을 연구원들이 검토하여 100종을 선택하였으니, 이를 <김광순 소장 필사본 고소설 100선>이라 이름한 것이다.

고소설은 그 주제가 대체로 권선징악勸善懲惡이라는 관념적이고 도식적인 결과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그 내용도 모두 비슷비슷한 경우가 많아 거의 천편일률적千篇一律的이라 할 수 있으며, 현실에서 있을 수 없는 초월적인 힘이나 우연에 의하여 전개되거나 상황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고 하여, 쓸모가 없고 그 가치도 낮은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다시금 반복하여 음미해보면, 이들 작품은 우리의 사상과 감정의 원천이며, 우리 민족의 본질적인 면을 가득히 가진 가장 한국적인 가치 있는 보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고소설을 읽음으로써 우리 옛 선조들이 즐겨 사용했던 여러 사물이나 생각에 대한 용어를 알 수 있음은 물론이거니와 그들의 사상과 감정 그리고 그들의 인생에 대한 태도를 이해할 수도 있으며, 이는 문장을 이해하고 논리적으로 글을 쓰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필사본 고소설은 우리가 문화민족이었다는 증거이며 한민족문화의 보고寶庫로서 우리 조상이 물려준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다. 우리 고전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읽고 음미해 주기 바란다.

김광순 소장 고소설 100선 _11 진성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