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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이혼 후 할아버지 집에 맡겨진 소년은 압해도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오면 소를 몰고 나가서 꼴을 베고, 소에게 꼴을 먹이는 일이 소년이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공부보다는 땔감을 구하고, 돼지를 돌보는 일이 생업에 더욱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더구나 오른쪽 다리 소아마비, 몸이 성치 않아서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는 슬픈 일이 많았을 때, 집 뒤편 산등성에 올라 저녁놀을 바라보며, 엄마를 목 놓아 불러보며 눈물을 가슴에 담아보기도 했습니다. 이때, 소년은 국어책의 시조와 시를 외우며 삶의 위안을 느끼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시를 낭송하면서 어려웠던 삶을 잠시 잊고, 시의 주인공이 되어 엄마도 만날 수 있고, 완전한 두 다리로 뛰어다닐 수 있고, 시를 읊조리며 자연과 내가 하나 되는 황홀경을 맞보기도 하였습니다. 지금까지 써온 시(詩)들을 분석해 보니, 나의 시의 원천은 불편한 나의 '오른 다리'라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소아마비 다리 때문에 친구들에게 놀림을 당하기도 하였고, 대학졸업 후 필기시험에는 합격하고, 면접에서 매번 낙방했을 때 불편한 '오른 다리'를 죽도록 원망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지금 돌이켜보면, '오른 다리'는 나에게 '∼함에도 불구하고'라는 삶의 절대 감사를 몸에 스며들게 했고, 늘 주어진 환경이 하나님이 주신 최선의 환경이라는 절대 긍정을 만들게 했습니다.공기로 가득 찬 풍선의 매듭을 조금씩 풀어내듯 나에게 '시(詩)'는 사회생활에서 오는 긴장을 탈출시키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 천동암, 책머리글 시인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