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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흔의 나이에도 여전히 애연가로서의 삶을 누리며 다양한 영역에서 글쓰기를 하고 있는 존 버거(John Berger, 1926- )와 터키 출신의 위트 넘치는 일러스트레이터 셀축 데미렐(Selcuk Demirel, 1954-)의 신작 『스모크(SMOKE)』가 출간되었다. 백내장 제거 수술 이후의 몇몇 단상들을 담은 『백내장』(2012)을 함께 만들었던 이들은 또 한 번의 협업을 통해 이 시대에 던지는 역설적인 한 편의 그림 에세이를 완성했다. 존 버거는 전쟁, 테러, 매연 등으로 현대인에게 부정적인 이미지가 된 '연기'에 관하여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북한 정부가 발표한 수소폭탄 실험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로 사람들은 아웅다웅하지만 완전무장한 잠수함이 명령만 기다리며 전 세계의 바다에 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얗게 피어오른 연막처럼, 눈앞의 진실을 가로막는 수단으로서의 연기는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이 담배 연기가 사회악이라는 것에만 정신이 팔린 사이, 일산화탄소를 가득 안은 연기들이 공장 밖으로 배출되고,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한 폭스바겐 자동차가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하지만 다른 의도를 감추기 위한 연막이 아닌, '꿈을 교환하고, 우정을 나누는' 사람 사이의 친밀감을 형성해 주었던 연기도 있었다. '담배를 함께 피우며 세상에 대한 견해를 교환하고, 계급투쟁에 대해 토론했던' 시절이었다. 스스럼없이 담배를 권했고 재떨이는 '호의를 나타내는 물건'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 농경시대의 사람들은 아궁이에서 밥 짓는 연기가 피어오르면 따뜻한 밥 한 공기를 자연스럽게 떠올렸다. 그러면서 그는 연기 뒤에 가려져 있던, 불을 지피며 사람의 온기를 나누던 시간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