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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시나 수필 등 문학작품을 읽다 보면 잡초는 타도와 박멸의 대상으로 묘사되는 수가 많다. 농부들조차 호미를 사용하는 대신 제초제를 뿌려 잡초를 박멸하려 한다. 그러나 잡초는 죽은 듯 엄살을 부리다가 다시 살아난다. 잡초의 생명력은 참으로 끈질기다. 잡초와 싸워 본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잡초가 없다면 이 지구가 온전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잡초는 마치 럭비선수들처럼 스크럼을 짜고 엉켜서 적의 공세를 막아내며 이 지구를 지키고 있다. 잡초가 무성한 산에서는 아무리 폭우가 쏟아져도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 또 논두렁밭두렁에도 잡초가 버티고 있기에 그 논과 밭이 비에 무너지지 않는다. 잡초가 버티고 있어야 할 곳에 잡초가 아닌 꽃이나 나무가 있다면 어떻게 폭우를 견뎌낼 것인가?우리나라가 반만년의 역사를 견뎌오기까지 9백여 차례의 국난을 겪었다고 역사는 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잡초처럼 억세고 생명력이 질긴 이 나라 백성들이 나라를 잘 지켜왔기 때문이다.따지고 보면 이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 이 세상에 태어난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다. 문학의 경우를 보면 수필의 생명력도 잡초나 다를 바 없다. 문단의 푸대접, 무 대접에도 불구하고 수필은 끈질기게 버텨 왔을 뿐 아니라 날로달로 더 번창해 가고 있다. 수필이 잡초의 끈질긴 생명력을 본받은 것 같다.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수필에게는 수필이 가야할 길이 있고, 수필가에게는 수필가가 가야할 길이 있다. 기차가 철길을 벗어날 수 없듯, 수필이 수필의 길을 벗어나면 잡문 취급을 받게 되고, 수필가가 수필가의 길을 벗어나면 잡문가로 업신여김을 받을 것이다. 푸른 바다를 누비는 배나 창공을 나는 비행기도 꼭 그들이 가야할 길이 있다지 않던가?잡초를 무시해서는 안 된다. 그 잡초가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을 때 그것은 잡초가 아니라 이 지구를 보호하는 지구 지킴이다.잡초가 필요 없는 존재라면 조물주가 왜 잡초를 만들었겠는가? 잡초가 지구를 지키듯 수필 역시 문학의 지킴이가 될 것이다.이 책이 빛을 볼 수 있도록 기꺼이 도움을 주신 북매니저 김서종 사장님과 사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그리고 나의 오늘이 있기까지 뒷바라지를 해 준 아내와 2남1녀의 자녀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부디 이 책이 독자의 사랑을 듬뿍 받을 수 있었 으면 참 좋겠다.― 김학, 책머리글 <『수필의 길 수필가의 길』을 엮으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