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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 갔다 오십니까?』『유리 이야기』, 두 권의 시집을 통해 한국 현대시에서 예외적인 시적 에너지와 혼성적인 언어의 세계를 제출했던 성기완 시인의 세 번째 시집. 이번 시집에서 끊임없이 말하고 있는바, 그것은 '사랑'이다. 이 시집에 드러난 '사랑'의 특징은 그것이 텍스트의 사건이라는 것에 있다. 시에서 드러난 '당신' 역시 하나의 텍스트이며, 이별 혹은 사랑은 다만 텍스트의 텍스트이다. 이 무한 텍스트의 세계에서 아무도 '당신'의 직접성, 사랑의 직접성에 가닿지 못한다. 다만 텍스트 안에서 사랑하고 욕망하고 이별한다. 그러나 이 텍스트의 사랑은 가능·불가능의 문제가 아니라, 사랑을 사는 것의 문제이다. 사랑이 텍스트의 텍스트라면 사랑을 사는 것은 사랑이라는 리듬을 사는 것. 이 피 흘리는 사랑의 텍스트는 이제 의미의 차원이 아니라, 날카로운 음악의 차원이 된다. 결국 시인의 무의식을 흐르는 시간의 기록은 하나의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텍스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텍스트는 사랑의 소리들을 재배치하는 음악의 차원으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