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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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송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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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 30여 년의 세월은 고스란히 침잠의 소용돌이였다.숨어서 홀로 바라보는 시의 하늘은 마냥 푸르르고, 봄날이면 새순이 새롭고, 꽃망울도 그렇게 곱기만 했었다. 머슴 사는 것같이 살아오면서도 삶의 흔적은 쌓이고, 시린 바람은 뼈마디 속으로 어설픈 몸짓의 나를 얼마나 요동쳤는지 모른다. 지금 나로서는 나대로 겨웁게 지내온 날들을 무슨 핑계로 자위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그 보다는 자신에 대하여 보다 더 절실한 고뇌와 극기의 틀을 짜지 못하고 놓쳐버리고만 미망( 迷妄)을 쓰리게 탓할 따름이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나는 나의 시에 대하여 그토록 자학했을까. 변명이 아니라 솔직히 고백한다면 나로선 잘 모르겠다는 말일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 다만, 나를 잠시도 그냥 놔두지 않는 고통이 더는 도지지 않게끔 차라리 메마른 나무는 메마른대로,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훌훌 먼지라도 털어 첫 시집을 엮어서 신진대사격으로 한 겹 벗겨보자는 심산이라는 게 좋겠다. 세월이란 게 누구에게나 그저 아무렇게나 비켜오가는 게 아니라지만, 세상에 서린 그리움만은 고스란히 앙금처럼 남아 있는 게 분명히 詩가 아닌가 싶어 다시 밤을 부르고 메아리의 여운에 귀 기울이기로 다짐하여 본다. 고마운 일이다. 이제라도 빗장을 열어 바람과 햇볕살로 나를 다시 곧추세울 수 있어 고마움이요, 시 공부하던 안양시절의 金昌稷 스승을 상봉한 고마움이요, 그 무렵 의정부행 경원선 열차 안에서 인생과 시를 내밀히 이야기 해 주시던 崔銀河 시인의 연(緣)과 대면이야말로 잊을 길 없는 회상으로부터 지금, 크나큰 고마움이 아닐 수 없다. ― 정송전, 책머리글 <시집을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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