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의 천재 바넘 :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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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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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다"P. T. 바넘의 '엔터테인먼트 민주주의'바야흐로 엔터테인먼트가 지배하는 세상이 열렸다.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라는 말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오락'이 되겠지만, 엔터테인먼트는 오락보다는 넓은 개념이다. 엔터테인먼트의 어원은 '특정한 틀로 붙들어 두다(entretenir)'라는 12세기 프랑스어인데, 오늘날 엔터테인먼트는 우리의 일상적 삶의 구도와 풍경 자체를 형성하는 틀로 군림한다. 예컨대 역사학자 닐 게이블러는 "20세기 말, 미국을 이끌어가는 사업은 더이상 사업이 아니다. 그것은 엔터테인먼트다"고 말했다. 경영 컨설턴트 톰 피터스도 "모든 사람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발을 들여놓았다고 말해도 절대로 과장이 아니다"고 말했으며, 실리콘 그래픽스의 대표이사를 지낸 에드워드 매크래켄은 "이제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과거에 국방 산업이 그랬던 것처럼 새로운 첨단 기술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했다. 오늘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는 엔터테인먼트를 선구적으로 실천한 사람은 누구인가? 그게 바로 19세기 미국에서 활동한 P. T. 바넘이다. 바넘의 활동을 우리말로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속는 줄 알면서 속는다." 대중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쇼맨(showman)'을 자신의 생업으로 삼았던 바넘은 대중을 속이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았으며, 오히려 대중은 속임을 당하는 것을 즐긴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대중의 취향을 과소평가해서 손해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했으며, "대부분의 사람을 대부분의 시간 동안 속일 수 있다"고 했다. 또 "사람들은 기만당하기를 좋아한다"고도 했다. 심지어 바넘은 경쟁자였던 조지프 베시머가 자신을 공격하기 위해 지어낸,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는 말마저 자기가 한 것처럼 역이용하며 대중에게 엔터테인먼트를 제공하는 데 일생을 바쳤다. 재미있는 것은 미국인들의 반응이었다. 미국인들은 바넘에게 속임을 당할 줄 알면서도 속임을 당했으며, 또 그렇게 속임을 당하는 걸 즐겼다.저자는 바넘을 '엔터테인먼트 민주주의'의 이론과 실천을 드라마틱하게 구현해 보인 선구자라는 평가를 내린다. 왜 그런가? 오늘날의 대중 민주주의 체제하에선 '야바위'나 '흥행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요소를 완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그 어떤 숭고한 목표와 비전이 있다 하더라도 그 두 가지를 잘해낼 수 없는 사람이 지도자의 위치에 서거나 지도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는 것이다. 대중을 재미있게 만드는 수준의 야바위를 수반한 '엔터테인먼트 정치'는 현대 정치의 알파이자 오메가를 구성하는 시대적 흐름이 되었다. 이런 현상을 잘 보여주는 게 바로 미국의 제40대 대통령 로널드 레이건일 것이다. "정치는 쇼 비즈니스"라고 했던 레이건은 그걸 성공적으로 입증해 보였다. 미국 대선에서 거친 입과 막말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미국을 넘어서 한국 등 전 세계인들에게 관심과 즐거움을 선사한 도널드 트럼프 역시 '엔터테인먼트 민주주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다.

흥행의 천재 바넘 :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