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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잘것없는 농기구에 담긴 가치 농부에게 연장이란 무엇인가. 단순하면 단순할수록 그 속에는 농부의 신체의 연장(延長)에 다름 아니다. 침팬지가 땅속에 있는 개미를 꺼내 먹기 위해 풀줄기를 이용하는 것을 떠올려보면 도구는 원시에 가까울수록 신체의 연장의 모습을 띠고 있다. 인간이 수렵 채취의 시기를 지나 몇만 년이 흐른 지금에도 '호미'나 '괭이'는 원시의 모습 그대로 단순하기 그지없다. 역설적이게도 단순한 신체의 일부이기에 지금껏 도구로서 기능하며 거친 논밭을 일구는 것을 넘어 마을을 일구고 한 사회와 그 사회를 떠받치는 규범 즉 문화를 일구어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므로 도구는 도구 그 이상의 무엇이다. 저자 박형진은 편리해져만 가는 농사 현장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 우리 농기구들에 쉬이 눈길이 갔다고 한다. 전라북도 부안군 모항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 온 이 땅의 농사꾼이자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그는, 하찮은 똥바가지 하나라도 연장이 제 모습을 갖춰서 태어나는 데에는 오랜 시간과 사람의 경험에서 나온 숙련된 정성이 필요하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이제 농촌 어디에도 이런 똥바가지를 사용하여 일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게 되었지만, 사십 년 넘게 이 땅에서 농사지어 온 한 사람으로서 그 안에 깃들어 있는 가치를 현대의 세대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한다. 민중들 사이에서 구전되어 오는 노래나 노동요 등도 농기구 이야기에 적절히 녹여냈을 뿐만 아니라, 이야기 곳곳에서 묻어나는 남도 특유의 구수한 사투리는 여느 산문에서 느낄 수 없었던 읽는 재미까지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