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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덩이에 낀 물건 같은 미술평론가?예술과 사회 전반에 걸쳐 깊고 넓은 글쓰기를 해 온 존 버거(John Berger, 1926-2017)의 시작은 미술평론이었다. 그러나 그는 미술평론가라는 호칭을 꽤 불편해했다. 얕은 지식으로 대상을 판단하며 시종일관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 '엉덩이에 낀 물건처럼 거추장스러운' 존재였다. 이는 작품을 감상하는 특별한 방식이 있는 것처럼 단정하는 그들의 감상법을 향한 반감이기도 했다. 기존의 미술사 담론을 전복하는 급진적 시각을 보여 줌으로써 방송 당시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1972년 텔레비전 프로그램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의 등장은 어쩌면 예견된 것이었다. 그리고 이 태도는 그가 죽는 날까지 변함없이 이어졌다.존 버거가 아직 생존해 있던 2015년 출간된 『초상들』은 그가 1952년부터 2013년까지 여러 매체와 책에 쓴 예술가들에 대한 글을 모은 선집으로, 양식사 중심의 형식주의적 미술사학의 틀에서 벗어난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들이 제시되어 있다. 이 책은 베벌리 버거(Beverly Berger)가 남편 존 버거의 원고를 정리해 2009년 대영도서관에 기증한 것이 기초가 되었다. 헨리 무어 연구소와 런던 킹스대학의 생애사(Life-Writing) 연구센터의 연구원 톰 오버턴(Tom Overton)이 2010년에서 2013년까지 이 아카이브〔베벌리의 별명을 따 '동고비 아카이브(Nuthatch Archive)'라 불린다〕를 읽고 분류했고, 그 결과 예술가론을 모은 『초상들(Portraits)』(2015)과 예술론을 엮은 『풍경들(Landscapes)』(2016, 한국어판은 2019년 여름 출간 예정)이 차례로 출간될 수 있었다. 여기 실린 글들은 처음부터 이런 형태로 묶일 것을 염두에 두고 씌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각각은 어느 정도의 전환과 변화를 겪으며 책 안에서 나름의 유기적 구성을 이룬다. 구조적인 면에서 보자면 '존 버거식 미술사'란 제목을 단 '존 버거의 회고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