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깊은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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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원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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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원일은 6·25 이후 50년대 초의 현실을 놀라운 기억으로 재생해내면서 치밀한 객관성을 확보해나가는 한편, 다른 한편으로는 추억을 통한 소년의 시점을 시종 유지해나감으로써 풍부한 서정성을 얻고 있다. 『마당깊은 집』에서 소년의 시점에 의해 관찰, 파악된 현실은 6·25 이후의 후방 현실이다. 소년(길남)은 고향 진영에서 남의 집에 얹혀 지내다가 대구로 와서 장관동 셋집에 있던 어머니, 누이, 두 남동생과 합류한다. 그 시간부터 바로 주인집 이외에도 네 가구의 피난민들과 함께 살아가게 된다. 그 네 가구는, ① 경기도 연백에서 피난온 경기댁으로 식구는 셋이었으며, 2 퇴역장교 상이군인으로 역시 식구는 넷이었고, ③ 평양에서 피난온 평양댁으로 식구는 넷이었고, ④ 가까운 김천에서 내려온 김천댁은 아들만 데리고 있는 형편이었다. 그밖에 소설에서 위채로 불리고 있는 주인집 식구는 모두 여덟 명으로서, 『마당깊은 집』은 출신과 구성, 직업이 서로 다른 스물두 명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회이다. 소설은 우선 이 사회의 구성 요소 하나하나에 대한 정밀한 묘사를 행하면서, 소설 화자로 나타나는 소년의 시점에 포착된 인상을 적절히 배분한다. '마당깊은 집'에 사는 여섯 가구는 6·25 이후 대구, 부산 등지에서 전개된 피난민의 삶을 우선 세태 묘사적으로 대변한다. 거기에는 피난민의 삶의 양태가 골고루 나와 있다. 경기댁의 딸 미선이 미국 부대에 근무하다가 미군과 결혼하고 도미하게 되는 일, 상이군인 준호 아버지가 고무팔에 쇠갈고리를 달고 다니며 행상을 하는 일, 평양댁 아들 정태가 월북 미수로 체포된 일, 그리고 소년 길남의 어머니가 기생들 바느질 품팔이로 살아가는 일 등등은 모두 6·25 이후 피난민 생활의 단면을 압축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그 삶은 모두 전쟁으로 인해 불구가 된 삶이다. 언뜻 보아 이 같은 성격에서 제외된 삶의 모습으로 주인집 식구들을 들 수 있겠으나, 경제적으로만 궁핍에서 제외되었을 뿐(궁핍은커녕, 오히려 전쟁 경기로 치부를 했다) 불구의 삶 형태라는 점에서는 제외될 수 없다. 주인집은 가진 것이라곤 몸뚱이밖에 없는 피난민들에게 셋돈을 받아가면서, 자기 아들을 불법으로 미국으로 보내는, 6·25 이후 너무나도 많이 보아온 졸부들의 상처 난 정신상태를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그들 부류는 한편으로 끼니가 간데없는 난민들이 신문팔이를 하며 밥을 훔쳐먹기까지 하는 현실 속에서 자신들은 춤 파티를 열고 관리를 초청하는 등 완전히 비뚤어진 길을 걸어간다. 이들은 피난민의 고생과 궁핍한 삶이 육체적, 물질적 차원에서의 상처라면, 정신적인 차원에서 보다 깊은 내면적 상처를 입게 된 자들이다.'마당깊은 집'이 노상 어두운 것만은 아니다. 밝다고까지 할 수는 없을지 모르나, 따뜻한 온기가 숨어 있다. 서로 갈등을 일으키면서도 도와 가는 피난민들의 훈기가 있고, 그 폐쇄된 공기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몸부림이 있고, 작은 에로티시즘을 바라보는 애정 어린 시선도 있다. 작가 김원일의 원숙을 느끼게 하는 이 같은 분위기는 냉전 체제의 종식이 강조되고, 전후 행태에서의 과감한 전환이 요구되는 오늘의 시점에서 볼 때에 특히 감명스럽게 다가온다. 그것은 김원일의 6·25 문학이 전쟁의 허위성을 파헤치고,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비판하고, 전쟁의 참화를 설득력 있게 묘사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그 속에서도 결코 마멸되거나 쇠퇴하지 않는 인간성의 깊이를 증언하고자 하는 문학정신을 실제로 구현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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