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없는 사람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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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보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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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14년 만에 묶어 낸 첫 시집 『슬픔이 없는 십오 초』로 대중의 폭넓은 사랑과 문단의 뜨거운 주목을 한몸에 받아온 시인 심보선. 그가 3년 만에 두 번째 발자국을 찍었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기쁨과 슬픔 사이의 빈 공간에/딱 들어맞는 단어 하나"를 만들겠노라고 선언한다. 바로 사랑이다. 여기서 시인이 연모하는 대상은 부재하는 연인, '문디Mundi'라 불리는 세상이며, 시인은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노동이 아니라 쓸모없는 것을 만드는 이 사랑의 활동에 골몰한다. 그리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적요한 고독이 아니라 타인의 손을 맞잡는 것임을, 침묵이 아닌 소요와 동반으로 나를 변화시키는 일임을 역설한다.사랑만큼 기쁨과 슬픔의 야릇한 동시성을 만들어내면서 그 동시성으로 기쁨과 슬픔을 비워버리는 빈 공간이자 빈 활동으로 존재하는 것이 어디있으랴. 하여 그는 쓸모 있는 것을 만드는 노동이 아니라 쓸모 없는 것을 만드는 이 사랑의 활동에 골몰한다. 그 활동을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예술의 적요한 고독이 아니라 추락하는 "너의 손바닥"들임을 시인은 알고 있다. 이 손의 유일한 쓸모는 나를 변화시킨다는 것. 타인의 손을 잡고 세계를 펼치는 이러한 손-잡기가 격정적이면서도 가벼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연인의 흰 손, 친구의 거친 손, 혹은 이 한 권의 시집을 잡으면서 우리는 한없이 가난하고 가벼워짐과 동시에 세상의 가장 먼 곳까지 자신의 영혼을 흩뿌릴 수도 있으리라.

눈앞에 없는 사람 - 문학과지성 시인선 3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