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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집안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은 상당히 흥미로우면서도 조심스러운 일이다. 남자로 태어나 누구나 한번쯤은 어깨에 힘을 주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의 주인공인 봉필이 역시 작지만 결코 만만치 않은 도시에서 태어나 동네에서 어깨가 되고 싶었고 시쳇말로 그중에 짱이 되고 싶었을 것이다. 동네에서 제법 잘나가는 배짱을 부리고 싶었는데 일찌기 사랑이라는 덫에 걸려 양손에 토끼를 잡으려고 발버둥 치다가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설픈 골목대장이 되었고, 여동생 친구와 처음부터 잘못된 사랑을 시작하면서 한 가정을 이루지만 너무나 무책임한 그의 행동에 멍들어가는 여심과 성에 굶주린 외로운 추락자가 되어 좌충우돌 살아가는 정신이 불쌍한 인간의 이야기이다. 젊고 수줍은 여인이 가정을 위해 얼마나 희생을 하며 눈꼬리를 끌어올리고 차갑게 바람을 피우는지, 그 무섭고 냉철함에 남자는 언어의 문을 닫아야 하지만 자식을 위한 모성애는 처절하리만큼 단단한 여심을 보면서 이 책을 읽는 그대에게 차가운 눈으로 질문을 던진다. “당신은 얼마나 뜨겁고 따뜻한 사랑을 해 보았습니까?” 남자의 사랑은 바람에 날리는 겨와 같고, 여자의 사랑은 늪 속에 잠긴 갈대의 뿌리 같아서 흔들리며 뽑힐 듯 뽑힐 듯하지만 결코 남자는 그 깊이를 절대 모른다는 숙제를 남기며 한숨 속에 썩어가는 여인네의 눈물과 주먹도 주먹 같지 않은 봉필이의 비겁한 사랑을 발견해 보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