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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시詩를 쓰는 조종사의 이야기를 통해
칠레 군부독재의 폭력과 만행을 담담히 그려낸 볼라뇨의 작품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시한폭탄, 로베르토 볼라뇨의 네 번째 작품. 연기로 하늘에 시詩를 쓰는 비행기 조종사이자 피노체트 치하 칠레의 살인 청부업자였던 카를로스 비더와 칠레의 암울한 나날에 대한 강렬한 이야기다. 이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의 〈다시 쓰기〉 전략이 사용된다. 그의 다른 작품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1996)의 마지막 장 「악명 높은 라미레스 호프만」에서 축약된 형태로 선보인 이야기를 볼라뇨의 분신과 다름없는 아르투로 벨라노를 등장시켜 확장한 것이 바로 『먼 별』이다.
카를로스 비더는 루이스 타글레라는 독학생으로 위장해 칠레의 남부 도시인 콘셉시온의 시 창작 교실에 몰래 잠입한 칠레 장교이다. 학생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마친 후 공군에 복귀한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비행기를 타고 하늘에 시를 쓰며 유명세를 얻게 된다. 하지만 군사독재 당시의 폭력을 입증하는 사진들을 전시했다가 군대에서 추방되어 망명을 떠나고, 이후 유럽에서 싸구려 잡지에 가명으로 글을 기고하며 살면서 전설적인 시인의 위상을 얻게 된다.
『먼 별』에는 순수예술보다 정치적인 의무감을 우선시하는 시인 후안 스테인, 순수예술을 더 중시하는 카를로스 비더 등 정치와 문학에 대해 각기 다른 입장을 취하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볼라뇨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1970년대 칠레 문학의 전반적인 상황과 칠레의 역사를 다시 쓴다. 현실을 현실 그대로 다루면서도 정치적인 폭력에 대해서 전혀 공격적이지 않은 글을 선보인다. 칠레 젊은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군부독재 이야기를 하면서도, 인간의 전반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묘사하는 그는 라틴 아메리카의 작가이면서도 라틴 아메리카의 범주를 뛰어넘는 탈영토적인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