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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앞에 되살아나는 그 이름들
이 책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195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후반 사이 각종 잡지에 발표했던 마흔여덟 편의 글을 수록하고 있는 에세이집으로, 단 두 편을 제외하고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에세이라는 명명으로 이 글들을 온전히 지칭하기 어려운 것은, 그 형식과 발화의 자유분방함이 사강이라는 측량하기 어려운 영혼의 소유자를 대변하듯 실로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하게는 잡지 기고 글부터 편지, 인터뷰, 설문지, 흩어져 있는 메모를 한데 모은 인상을 주는 글까지, 우리는 이들 글에서 '자유로움'으로 대표되는 사강의 진면목을 작가의 소설이 아닌 작가의 사담(私談)으로 만나게 된다.
동시대를 함께했던 예술가들을 하나하나 호명하며 그들이 가진 아름다움을 추억했던 사강. 한 재판정에 서서 '나한테는 나를 망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 명의 인간이 지닌 환멸과 정열을 떠올리게 했던 사강. 마르셀 프루스트를 좋아해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등장인물을 필명으로 삼아 문단에 등장했던 사강. 견딜 수 없이 고독했던 사강....
이 책에서 사강은 만남마다 교유했던 인물들의 신비로움을 들려주지만 한편으로, 사강만의 그 짙은 허무와 권태의 냄새가 글들 저변에 깔려 있는 것 또한 우리는 느끼게 된다. 그것은 아마도 늘 삶이라는 부조리로부터 달아나고자 했으나 그만큼 삶에 사랑이 가득했던 사강 자신의 삶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우리 앞에 되살아나는 그 이름은 바로 프랑수아즈 사강일 것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