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놈이 나타났다-통합본

ebook

By 안영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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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가 열리는 사과나무 꼬마는 사과나무를 심었습니다. 물을 줄 때마다 재미있는 이야기가 주렁주렁 열리라고 주문을 외웠습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친구도 귀가 들리지 않는 할머니도 모두 볼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열리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나무에서는 사과만 열렸습니다. "약속했잖아. 이야기를 주렁주렁 열리게 하기로." "나는 사과를 키워야 해. 그것을 시고 달게 키우는 일이 내 일인 걸." 나무는 무척 바빠 보였습니다. 늘 자리를 지키며 숨차게 물을 끌어올렸고 멀리까지 다리를 뻗어 영양이 될 만한 것들을 가지고 오는 일로 고되게 일했습니다. "사과를 키우는 동안에는 사과나무가 될 수밖에 없어. 이야기는 그 다음이야." 사과나무는 엄마 노릇도 바쁘다고 말했습니다. 언제쯤 사과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이야기 열매를 맺을 지 알 수 없었습니다. 장마철이 지난 어느 날 놀랍게도 사과나무에는 이야기가 주렁주렁 열려 있었습니다. 어른이 된 꼬마가 자신이 만든 이야기들을 사과나무 가득 달아 놓았던 것입니다. 돌아가신 나의 아버지는 병석에서 소설을 읽으며 말씀하셨습니다. "감동을 주는 글을 쓰거라. 그것이 작가의 보람이다. 붉게 쓰렴. 정열이 만개하면 자비가 된다." 아버지의 말씀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그러나 등단 후 저는 살림과 아이의 뒷바라지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은 여러 개의 일을 한꺼번에 해치우는 것 같은데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서야 17년 만에 첫 창작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새로 등단한 자리라 여기고 이야기를 주렁주렁 달아야겠습니다. 붉고 시고 달콤한 그런 열매를 말입니다.

큰놈이 나타났다-통합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