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염

ebook 한국문학30선

By 최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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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7년 1월 『조선문단』에 발표한 최서해의 단편소설.

이 작품이 표제작으로 실린 작품집이 1931년 삼천리사에서 간행되기도 하였다. 이 작품은 간도 유민들의 궁핍상을 주로 다룬 최서해의 문학 세계를 종합한 비교적 후기의 대표작으로 평가되는 것으로서, 서간도의 한 마을에 이주해 살고 있는 조선인 빈농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침울하고 장중하게 묘사해 내고 있다. 주인공 문서방이 중국인 지주 인가에게 빚진 소작료 대신으로 무남독녀를 빼앗기게 되고, 딸의 얼굴을 한 번만이라도 보게 해 달라고 인가에게 애걸하던 아내마저 결국 그 청을 거절당한 채 죽자, 인가의 집에 불을 지르고 딸을 도로 찾아온다는 줄거리다. 「홍염」은 망국민으로서 이민족의 핍박에까지 시달리는 간도 유민들의 절망적인 고통과 울분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 점은 특히, 문서방의 딸 용녜가 인가에게 끌려가는 장면과 문서방의 아내가 빼앗긴 외동딸을 그리다가 발광하고서 피를 토하고 죽는 장면을 목격한 이웃 사람들의 자조적인 한탄 등에 잘 나타나 있다. 또한 문서방의 방화와 살인은, 외동딸을 빼앗기고 아내를 잃은 극단적 상황하에서 저질러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그 개연성을 인정할 수가 있다. 따라서 문서방이 자신의 진정한 적을 죽이고 사랑하는 딸을 되찾았다는 강렬한 자아 충족감에 빠지게 되는 결말도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의 결말은 또한 나름대로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그것은 문제 해결의 방식으로 제시된 살인과 방화라는 장치가 한 충동적 개인의 보복 수단에 그치고 있다는 점, 주인공의 극단적 고통의 원인을 제대로 고찰함으로써 계급 연대에 의한 해결 방식을 찾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결국 파편화된 개인적 체험으로 끝나버린다는 점 등이다. 이는 최서해의 소설이 여전히 자연주의적‧신경향파적 한계에 매몰되어 있다는 점을 일러주는 증좌로 보아야 할 것이다.

홍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