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다섯 살이란 나이는 세상을 보고, 듣고, 만지고, 냄새 맡고 그리고 맛보기에 최상의 시간이었다. 그때의 일초는 아주 작은 깃털이 하늘에서 춤을 추며 내려오듯 무척이나 길고 명확하게 기억으로 저장되어 있다. 동네 골목길 입구의 나무 벤치에 서 석양에 빛나던 구멍가게 간판색은 각각 오른쪽과 왼쪽의 눈을 한쪽씩 감고 보면 미묘하게 색의 온도가 달리 보였다. 난 명상을 하듯 느긋하게 앉아서 교대로 눈을 가려가며 같은 풍경 속 색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지 찾아가며 시간을 보냈다. 색과 형태 그리고 사물을 둘러싼 풍경 속 움직임에서 공기의 흐름이 느껴졌고, 찬란한 햇빛이 손가락을 통과하며 투명하게 타오르던 붉음에 숨이 멎곤 했던 시간. 그런 경험이 나를 예술가의 길로 일찌감치 이끌었던 것 같다. 작아서 놓치기 쉬운 것들 을 사랑할 수 있는 이들과 편안하게 이야기 하듯이 나누고 싶은 나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