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의 엄마여서 괜찮지 않았던 수천일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에 대해 말할 마음의 틈조차 없었다. 이제는 자폐여도 괜찮아라는 고백을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발 그것만은 아니기를 바랬던 일을 마주한 순간,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삼사십대의 세상은 자폐인 아들과 자폐를 극복하고자 애쓰는 절실한 엄마의 몸부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덧 성인이 된 아들을 바라보다가 나를 발견하는 순간을 맞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여정을 거쳐오며 너무 조바심 내지 않아도 되지 않았을까?

누군가에게는 나와는 다른 괜찮지 않은 일이 있을터이다. 하지만 괜찮다.

오늘 하루만 잘 살아내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하루씩만 버텨내는 것도 버거운데 미래의 일까지 염려하느라 힘겨웠던 나를 토닥이며

이제는 쉬어가자고 나에게 찍어주는 쉼표 같은 글이다.